결론은 그렇게 쓰겠다구여 저스티스 리그 애니 부분을 좀 차용ㅇㅇ
숲과 뱃은 사귀고 있는 상태ㅇㅇ 시작은 서로에 대한 짝사랑이었고 과정은 배트맨 일에 영향을 미칠까봐 거부하는 뱃과 자길 자꾸 밀어내는 뱃에게 상처받은 숲이었지만 결과는 연애 골인이었어. 둘의 관계는 뱃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주 잘 흘러갔어. 뱃이 자꾸 한발 빼려는 걸 숲이 잘 보듬어 주고 뱃도 숲에게 하는 말은 두 번씩 생각해보고 나서 말했기 때문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두곳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서 리거들은 숲과 뱃을 필두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임무를 나갔어. 뱃 팀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서 금방 끝나고 왔지. 하지만 숲 팀은 그러지 못했어. 와치타워와 연락이 두절된 채로 몇 시간이 지나서야 엉망이 된 리거들이 돌아왔지. 뱃은 숲의 상태를 보려고 달려나갔어. 하지만 숲은 없었어. 리거들이 전부 와치타워로 들어온 후에도 숲은 보이지 않았어. 뱃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리거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어. 이번에도 숲은 없었어. 아직 들어오지 않았나 싶어 와치타워 근처를 확인하려고 하는 뱃에게, 숲과 함께 갔던 플래시가 힘겹게 말했어. 숲은 죽었노라고. 그러면서 플래시는 뱃에게 숲의 망토 조각을 건네줬어. 불에 탄 듯 그을린 빨간 망토조각. 뱃은 멍하게 그것을 받아들었어. 잠시 뒤 플래시가 더듬더듬 털어놓았어. 상황이 정리되고 돌아가려는데 외계인들이 마지막 발악으로 이상한 광선을 숲에게 쏘았고, 숲은 그것을 맞고 사라져버렸다고. 남은 건 타다 만 망토조각 뿐이라고. 뱃은 플래시가 다시 입을 열려는 것을 무시하고 그곳을 벗어났어.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였지만 뱃의 머리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 슈퍼맨이 죽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수는 없는데. 뱃은 그길로 숲 팀이 갔던 곳으로 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었어. 믿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숲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 알 수 있는 것은 주변이 모두 불에 탄 것 같아 보인다는 것뿐이었지. 숲의 망토조각처럼 말이야. 뱃은 한참 동안 황무지에 서서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돌려봤어. 직접 본 현장과 플래시의 목격증언을 바탕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어. 숲이 광선을 맞아 재도 남지 않고 타버렸다고. 하지만 그걸 인정해 버릴 수는 없었어. 웨인저로 돌아온 뱃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며칠 동안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망토조각을 분석했어. 하지만 역시나 나오는 것은 없었어. 탄 부분은 말 그대로 탄 부분이었어. 다른 어떤 성분도 없었지. 결국 뱃은 숲의 죽음을 받아들여. 하지만 머리로만 받아들였을 뿐, 가슴으로는 여전히 부정했어. 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브루스는 앓아 누웠어.
하지만 숲은 죽은 것이 아니었어. 원래대로라면 진짜로 재도 남기지 않고 타죽었어야 했는데, 숲이 광선의 성분과 크립토니안의 성질이 부딪쳐서 다른 효과를 나타낸 거였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그냥 크립토니안이라서 그렇다고 밀어두고ㅇㅇ 바로 다른 시간으로 끌려간 거지. 숲은 천천히 눈을 떴어. 주위가 온통 황금빛이었어. 어쩐지 익숙한 광경에 숲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어.어디선가 소 우는 소리가 들렸어. 저 멀리에는 낯익은 건물들이 보였어. 바로 그의 고향 스몰빌이었지. 숲은 조금 어리둥절해서 통신기를 켜고 자신의 위치를 말했어.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어. 연락이 끊긴 것 같았어. 조금 걱정됐지만, 숲은 일단 자신이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어. 그리고 이왕 스몰빌에 온 거 부모님을 뵐 겸 집으로 날아갔어. 조나단 켄트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 숲은 바로 내려가려다 멈칫했어. 분명 조나단 켄트가 맞았지만, 한 20년은 젊어 보였거든. 숲은 일단 지붕 위로 숨었어. 그리고는 X레이 비전으로 집안을 살펴봤지. 부엌에는 역시나 20년은 젊어 보이는 마사 켄트가 있었어. 그리고 식탁에는 어린 자신이 앉아 있었지. 문득 숲은 이 순간을 기억해냈어. 24년 전 12살 때의 일이었지. 엄마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던 날이었는데, 그 빵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빵이었어. 숲은 그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에 푹 빠져 있다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어.
자신에게 이 기억이 있다는 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24년 전의 과거라는 뜻이었어. 그것도 같은 차원의. 그가 여기서 잘못 행동하면 미래가 바뀔 가능성이 있었어. 숲은 잠시 기억을 되돌려 보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것은 외계인들의 광선에 맞은 거였으니, 그 광선 때문에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지.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었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거야.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광선에 맞은 것이었으니 리거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할 테고, 바로 그렇기에 그를 현재로 데려갈 타임머신을 만들 리도 없었어. 그리고 그 생각을 했을 때에야 숲은 뱃에게 생각이 미쳤어. 브루스! 브루스도 날 죽었다고 생각할까? 브루스를 잃는 걸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아픈데, 브루스는 지금 그 고통을 그대로 겪고 있겠지. 숲은 꼭 돌아가야 했어.
고심 끝에 숲은 고담으로, 웨인가로 날아갔어. 그곳에는 어린 브루스가 있었어.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책을 읽고 있었지. 숲은 당장이라도 날아 들어가 브루스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어. 과거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브루스가 어릴 적에 슈퍼맨을 만났더라면, 분명 자기가 어렸을 때 가슴에 S 마크를 달고 공중을 떠다니는 이상한 남자를 만났었다며 자신을 놀렸었을 거야. 어린 브루스에게 24년 후 슈퍼맨이 죽었다고 생각될 때 사실 슈퍼맨은 살아 있었어, 과거로 날아간 거였어- 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숲은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어. 어떻게 해서든 브루스에게 알리고 싶었어. 당장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살아있다는 거라도 알리고 싶었어.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희망을 갖도록 말이야. 숲은 다시 눈을 뜨고 브루스를 바라보았어.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
심하게 앓은 후, 뱃은 다시 일을 시작했어.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와치타워에 연결해서 배트맨이 다시 움직인다는 걸 알렸어. 리거들은 안도했어. 저스티스 리그의 빅 3 중 두 명이나 빠져서 곤란했던 차였거든. 뱃이 복귀한 날, 리거들은 슈퍼맨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할 지 토론했어. 자연스럽게 탁자에 둘러 앉고 나니 뱃의 옆자리가 비어 있었어. 숲이 앉던 자리였지. 잠시 불편한 침묵이 흘렀지만 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회의가 끝날 때까지도 입을 열지 않았지. 의견이 엇갈린 채로 회의가 끝나고 뱃은 곧바로 사라져버렸어.
집에 돌아간 브루스는 암묵적으로 '클락의 의자'로 정해져 있던 의자를 자기 방으로 끌고 갔어. 그리고 침대 바로 옆에 놓았지. 브루스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바로 그 자리에 놓인 그 의자에 앉은 클락이 환하게 웃으며 자기 머리를 넘겨주던 모습이 떠올랐어. 클락의 미소는 너무나 생생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사라져 버렸지. 브루스는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조금 울었어. 그날 밤 브루스는 클락이 책을 읽는 자신을 방해하는 꿈을 꿨어.
숲은 한밤중이 될 때까지 기다렸어. 브루스도, 알프레드도 잠이 들자 숲은 행동을 개시했지. 숲은 아주 조심조심 소리도 없이 서재로 날아 들어갔어. 서재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어. 문제는, 미래 어느 시점에 웨인 저택에 불이 난다는 거였어. 그 화재를 겪고도 남아 있는 책을 찾아야 했어. 현재의 브루스가 가지고 있는 책을. 숲은 서가를 쭉 훑어봤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 제목이 없었어. 숲은 좌절했어. 이건 다 브루스가 항상 재미없는 책만 읽어댄 탓이었어. 결국 숲은 브루스가 언젠가는 읽을 과학칸의 책들을 쓰기로 결정하고 서재에서 나갔어. 펜을 찾아야 하니까ㅇㅇ 숲은 브루스의 방을 선택해. 머리 한구석에서 브루스가 깨어나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숲은 무시했어. 브루스의 방문 앞으로 간 숲은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어. 브루스는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어. 숲은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펜을 집어들고 나가려 했어.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나가기 전에 딱 한번만, 브루스를 딱 한번만 보자... 숲은 침대로 다가갔어. 브루스는 나쁜 꿈을 꾸고 있는지 미간이 살짝 구겨져 있었지. 숲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엄지로 미간을 살짝 문질러서 주름을 펴줬어. 그리고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손끝으로 뺨을 쓸어보고, 앞으로 흘러내려온 머리를 살짝 넘겨줬어. 그러고 나서 숲은 방을 나섰어.
브루스는 가만히 눈을 떴어. 꿈이 진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났어.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있었던 일이었어. 그것도 꽤나 자주. 브루스가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꼭 클락이 와서 방해를 하곤 했었어. 날씨가 좋으니까 나가자는 말로 시작해서 한참 동안 떠들다가 나중엔 브루스의 독서 취향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책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했지. 물론 끝은 언제나 책을 뺏어들고 키스하는 거였지만 말이야. 브루스는 멍하게 서재로 향했어. 거기서 클락이 싫어하는 책을 읽고 있으면 클락이 나타나서 방해를 할 것만 같았어. 브루스는 과학칸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뽑아들고 소파에 가서 누웠어. 두 시간 넘게 책을 읽었지만 클락은 나타나지 않았지. 클락은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어.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자신을 비웃으며 브루스는 남은 부분을 좌라락 넘겼어. 그때 뭔가 낙서 같은 것이 휙 지나갔어. 브루스는 다시 한 번 천천히 책을 넘겨보았어. 그리고 순간 숨이 멎었어. 맨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나오는 빈 페이지, 그 페이지를 크립톤 어가 채우고 있었거든. 브루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어. 다시는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클락의 새로운 흔적이었으니까. 브루스는 꿈을 떠올리면서 설핏 웃었어. 그렇게 방해해 놓고 이런 장난을 쳤던 걸까 궁금해 하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으면서, 브루스는 클락이 남긴 글을 읽었어.
사랑하는 브루스에게. 잘 지내고 있어? 어디 아프거나 하지는 않고? 너무 무리해서 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라고 써야할 지 모르겠다. 브루스,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에는 내가 이미 죽은 후일 거야. 너와 내가 두 팀으로 나뉘어서 임무를 수행했던 바로 그날 이후 말이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죽지 않았어. 네가 아무 증거를 찾지 못했든 다른 리거들이 내가 사라지는 걸 똑똑히 봤다고 말했든, 난 죽지 않았어. 나는 지금... 24년 전의 과거에 와 있어. 아마 내가 맞은 광선이 이상한 작용을 일으킨 것 같아. 지금은 24년 전의 네가 자고 있는 방에서 몰래 꺼내온 펜으로 네가 읽을 만한 책에 편지를 쓰고 있어.
브루스,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내 눈앞에는 분명 네가 있지만 말을 걸 수도, 만질 수도 없어서 너무 괴로워. 하지만 나보다 네가 더 아프겠지. 많이 힘들었지? 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진짜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넌 어떻겠어. 너무 괴로워하지 마. 아주 잠깐 동안 떨어져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꼭 돌아갈게. 너도 날 현재로 데려갈 방법을 찾아줘. 나도 여기서 힘낼게. 보고 싶어, 브루스. 그때까지 참자. 다시 만나게 되면 키스해 줄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어. 네가 사랑하는 클락이.
씨빨 오글사하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ㅋㅋㅋㅋㅋㅋㅋㅋ맘같아선 나 사실 살아있었음ㅋ 타임머신 만들어서 데려가줭 헤헤 보고 싶어 이리 쓰고 싶지만 감수성 터지는 보이스카웃은 오글거려도 진지 돋는 편지를 써야한다 그래야 보이스카웃이니까ㅇㅇ 어쨌든
브루스는 멍청하게 책을 바라봤어.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앞일을 예지하는 건 불가능하니 여기 써진 내용이 거짓일 가능성은 없었어. 브루스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이 책의 옆에 꽂혀있던 책을 꺼냈어. 자신이 미래에 편지가 써진 책 한권을 꺼내 읽을 확률은 굉장히 낮으니까 클락이 여러 권에 편지를 써두었을 거라고 생각해서ㅇㅇ 하지만 앞페이지 뒷페이지 전부 뒤졌지만 크립톤 어는 보이지 않았어. 그 옆권도, 그 옆권도 없었지. 브루스는 급실망했다가 문제가 뭔지 깨달았어. 편지가 써진 책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이었어. 아무 것도 없던 책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 새로 사들인 책이었고. 브루스는 기운을 차리고 옛날 책들을 전부 골라내기 시작했어. 몇 시간이 지나고 알프레드가 와서 저녁을 들 시간이라고 알렸지만 브루스는 바쁘다고 거절하고는 알프레드에게 도움을 청했어. 어렸을 때부터 있던 책들 좀 골라달라고. 그렇게 둘이 사이좋게 노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브루스는 타임머신 제작에 들어갔어. 저스티스 로드에서 로드뱃이 차원이동장치를 만들었고 저스티스 리그 극장판에서 아울맨도 차원이동장치 만들었고 JLU에서 민간인이 타임머신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뱃이 못 만들 건 뭐야......
숲은 밤새도록 수십권에 편지를 쓰다가 잠이 들었어. 깨어났을 땐 아침이었지. 아래층에서 알프레드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 숲은 알프레드가 서재로 올라오기 전에 재빨리 하늘로 날아올랐어. 숲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 뱃이 자신을 현재로 데려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꼼짝없이 이곳에서 살아야 했는데, 있을 곳이 없었으니까. 스몰빌로 갈 수는 없고, 고독의 요새는 아직 없고, 메트로폴리스에 집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ㅇㅇ 이 세계는 아직 슈퍼맨이 없는 세계라서 빌런들을 잡으러 다닐 수도 없었고. 결국 숲은 웨인 저택에 숨어 살기로 결정해. 자기 능력을 이용하면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면서.
브루스가 배트케이브에 박혀 있는 사이에 알프레드가 서재의 책들을 사들인 시기에 따라 쭉 정리해 두었어. 브루스는 잠시 숨도 돌리고 클락의 흔적을 찾을 겸 해서 책을 보러 갔어. 다른 몇 권에서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발견한 브루스는 클락이 과거로 날아간 바로 그 날 편지를 작성했다고 가정하고, 클락이 표시한 책들의 구매 시기를 비교해서 클락이 가있는 날짜를 대강 계산했어. 그리고 1년 뒤에 샀던 책을 펴봐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고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흐른다는 가정을 세웠어.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은 브루스는 다시 배트케이브로 들어갔어. 리그에는 앞으로 쭉 바쁘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ㅇㅇ 그 이후로 브루스는 잠도 안 자고 타임머신에 매달렸어. 며칠 연속으로 밤 새는 건 기본에 밥도 하루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할 수준으로. 알프레드가 놓고가도 잊을 때가 대부분이고 눈앞이 노래질 정도가 되어서야 입안에 쑤셔넣는 식이었지. 그러다가 쓰러져서 알프레드에게 엄청나게 혼난 뒤에는 그나마 하루 세끼 꼭꼭 챙겨먹고 매일밤 자러 갔어. 그래봤자 자는 시간은 현저하게 적었지만...
숲은 뱃을 기다리는 동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자신이 어렸을 땐 외계인들의 침공 따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뉴스에 나온 적도 없었어. 하지만 외계인들은 그때도 지구에 쳐들어 왔어. 숲이 가서 소리소문도 안 나게 막아버린 것뿐이었지ㅇㅇ 뉴스에 나올 까봐 재해나 사고에서 인명 구조는 못했지만 외계인 따위는 전부 막아냈어. 그러면서 외계 기술 중에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지...만 전혀 없었음ㅇㅇ 이렇게 일을 하고나서는 웨인 저택으로 돌아가서 브루스를 관찰하기도 하고 알프레드가 하는 일을 구경하거나, 스몰빌에 가서 부모님과 자신을 지켜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기본적인 생활은 몰래몰래 빌려서 해결했고. 웨인저나 스몰빌에서 남은 음식을 티 안나게 조금씩 가져다 먹는다던가, 남들 다 잘 때 물 살살 틀어서 샤워한다거나, 스몰빌 집에서 아빠 옷을 몰래 가져다가 입는다던가... 가끔 외로워 질 때는 집에서 빌려온ㅋ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했고.
철저하게 속한 곳 없는 이방인으로 사는 건 힘들었어. 보통 인간이라면 정신이 나갔겠지만 숲의 정신력은 인간과 비교도 안 되게 강력했기에,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브루스를 위해 제정신을 유지해야 했기에 숲은 멀쩡할 수 있었어. 그래도 딱 하나 참을 수 없는 건 그리움이었어. 가끔씩 브루스가 너무나 그리울 때가 있었지. 그럴 때면 숲은 어린 브루스가 새로 산 책을 가져다가 편지를 썼어. 그렇게 하면 슬픈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거든. 그렇게 해서 숲은 어린 브루스가 새 책을 살 때마다 편지를 쓰게 됐어. 내용은 간단했어. 브루스가 곁에 있었다면 했을 말들을 썼지. 그냥 재미있었던 일이나 하루 일과, 커다란 사건 등등ㅇㅇ 어린 브루스와 알프레드 이야기도 썼지.
한편 브루스는 타임머신 제작에 매달리는 동안 책에 대해 잊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 날 알프레드가 지나가듯이 "클락 님은 어떻게 지내실까요."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문득 책을 떠올렸어. 그래서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전에는 분명 아무 것도 없었던 책 두 권에 새로운 글이 써져 있었어. 하나는 어린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고, 하나는 그동안 클락이 겪었던 일에 대한 거였지. 그날부터 브루스는 매일 밤 자기 전에 책을 한 권씩 확인하게 됐어. 그러면서 클락이 있는 정확한 날짜를 유추해냈지.
그렇게 3년이 흘렀어. 숲은 그동안 들키지 않고 웨인 저택에서 살 수 있었어.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알프레드는 집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던 것 같아. 브루스와 알프레드 둘이 먹고 남은 음식 외에도 새로운 음식들을 해다가 냉장고에 넣어줬거든. 처음엔 수상하게 여겼지만 음식이 줄어드는 것 외에는 피해가 없으니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친절을 베푼 것 같았어. 숲은 알프레드에게 정체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어. 한편 어린 브루스는 14살이 되자 웨인 저택을 떠났어. 완전히 남남인 관계와 다름없었긴 했지만, 숲은 어쩐지 쓸쓸해졌어. 여느 때처럼 서재에 숨어서 이미 네 번 읽은 책을 또 읽고 있을 때였어. 3년 간 한 시간도 빼놓지 않고 켜놓고 있던 통신기에서 지직 소리가 들렸어.
브루스는 3년 만에 타임머신을 만들어 냈어. 근데 진정한 의미의 타임머신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와치타워에서 텔레포트 시킬 때 쓰던 거랑 비슷하다고 하자ㅇㅇ 전송 받을 쪽에서 좌표를 부르면 센터에서 그 좌표에 존재하는 것을 다른 좌표로 옮기는 거... 그건 공간 한정이지만 브루스가 만들어 낸 건 시공간 통합용ㅇㅇ 이제 필요한 건 클락의 시공간 좌표였어. 그러려면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야 했지. 브루스는 리그에서 쓰던 통신기를 장치에 연결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슈퍼맨?"
쓰고 싶었던 부분 다 쓰고나니 죽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이상황에 끝을 어찌 내야되는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이즈가 컸지만 숲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어. "슈퍼맨?" 브루스의 목소리였어. 어린 브루스가 아닌 현재의 브루스 목소리였지. 그 목소리에 숲은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숨도 쉬지 못했어. "슈퍼맨? 슈퍼맨, 들리나? ...클락?" 자기 이름을 듣고 나서야 다시 숨을 쉴 수 있었지. 숲은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 짜냈어. "브루스?"
처음 몇 번의 시도는 시간이 미묘하게 어긋나서 실패했어. 과거로 가있는 숲의 '현재'에 접촉이 되어야 했거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흐르니까 어느 시점이든 정확히 24년 n시간 n분이라는 차이가 나게 되어 있어. 따라서 브루스의 현재와 숲의 현재가 정확하게 동시여야 했어. 브루스의 현재에 맞는 숲은 24년 전 5시의 숲인데 24년 전 4시 59분의 숲을 데려오면 5시의 숲은 실제로는 존재하는데 존재할 수 없게 되니 모순이 생기고/ 24년 전 5시 1분의 숲을 데려오는 건 1분 뒤의 브루스여야 하니 데려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거........ 시발 닥터 도와줘요ㅠㅠㅠㅠ 논문 쓸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 자세히 쓰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대충 패스ㅇㅇ 중요한 건 정확하게 현재 시점의 숲을 데려와야 했다는 거. 걍 정확한 시점이 아니면 연결 자체가 안 된다고 하지 뭐...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실패했어. 하지만 시간 좌표를 아주 미세하게 조절해가며 수백 번을 시도한 끝에 성공했지. "브루스?" 지지직거리는 소리 사이로 숲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어. 브루스는 잠시 눈을 감았어. 들떠선 안 됐어. 침착하게 차분하게 시공간 텔레포트를 실행해야 했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큰일나니까. 시간 좌표를 잘못 입력하면 숲의 연락이 올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 지 모르고, 공간 좌표를 잘못 입력하면... 숲의 일부만 오거나 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기뻐하는 건 숲이 오고나서 해도 되는 거였어. 브루스는 심호흡을 하고 숲에게 자신이 좌표를 알만한 곳으로 가라고 말했어.
숲은 브루스가 계산하기 쉽도록 서재 한가운데를 택했어. 그말을 듣고 브루스는 각각의 좌표를 계산했어. 그리고 나온 값을 검토하고 또 검토했어. 총 다섯 번을 검산하니 확신이 섰어. 브루스는 한 글자에 세 번씩 확인해가며 좌표를 입력했어. 계산한 좌표와 입력한 내용을 세 번 비교한 뒤 브루스는 텔레포트 버튼을 눌렀어. 그 순간 텔레포트 장치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장치를 제외한 컴퓨터와 불빛 따위가 전부 꺼졌어. 텔레포트가 에너지를 무지막지하게 잡아먹을 거라는 건 계산했었지만, 이정도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었어. 머리 속 어딘가에서 알프레드가 전기 요금에 대해 잔소리를 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어. 클락을 데려오는데 그깟 돈이 문제겠어?
잠시 뒤 장치가 웅웅거리던 소리도 사라졌어. 완전한 어둠과 침묵 속에서 브루스는 기대와 걱정에 휩싸인 채 클락이 있어야 할 곳으로 손을 내밀었어. 근데 아무 것도 없었어. 브루스는 땅속으로 처박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 기계도 제대로 못 만든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어. 동시에 다리에서 힘이 탁 풀렸지. 맥없이 주저 않는 그 순간, 따뜻한 팔이 상체를 붙잡았어.
어둠 속이었지만 크립토니안에게는 절망이 가득한 브루스의 표정이 똑똑히 보였어. 클락은 슈퍼스피드로 손을 내밀어 브루스를 감싸안았어. 브루스의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어. 클락은 브루스를 끌어당기며 귓가에 속삭였어. "고마워." 브루스는 아주 잠깐 얼어붙어 있었지만 곧바로 제정신을 차렸어. 결국 기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어. 그저 조금 늦게 도착한 것뿐이었지. 브루스는 이제야 감정을 허락했어. 숲과 통신이 되었을 때 기뻐하지 못했던 것까지 합쳐서 기뻐했지. 클락은 브루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클락은 브루스의 머리를 어깨 쪽으로 살짝 눌렀어. 그리고는 브루스가 알지 못하게 소리 내지 않고 울었어. 지금까지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면서, 클락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의 슬픔과 살아있다는 걸 알고 나서 느낀 안도, 3년 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움, 클락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며 느꼈을 기대감, 실패한 줄 알았을 때의 절망, 클락이 나타나 잡아줬을 때의 기쁨 등의 감정들을 모조리 다시 겪고 있는 브루스가 마음껏 기댈 수 있도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 적당히 감정을 풀어낸 클락은 눈물을 말리면서 브루스의 등을 쓸어주며 기다렸어. 브루스가 간신히 감정을 추스리고 고개를 들자 클락은 약속대로 브루스에게 입을 맞췄어. 진한 키스가 아닌 가볍게 입술만 갖다댄 입맞춤이었지만 클락에게도 브루스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키스였지. 서로가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의미 있는 키스였으니까. 입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거 이번엔 브루스가 성적인 의도를 가득 담은 키스를 해왔어. 그리고는 눈물로 젖은 얼굴로 웃으면서 클락을 끌고 침실로 올라가서... 평소에 안하던 서비스에 봉사를 왕창 해가며 떡떠거ㄸ덖을 쳤습니다. 힘들다고 잘 안하던 기승위로 철떡철떡 소리도 안참고 막막 지르고 더해달라고 조르고 창피한 말 쏟아내고 평소엔 두세판 하고는 그만하자고 했었지만 이번엔 진짜 말그대로 피곤해서 쓰러질 때까지 떡방아를... 다음날엔 알프레드가 왔다가 그 상황을 발견하고 클락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부끄러워 죽으려 하고 브루스는 곯아떨어져서 전혀 모름. 알프레드는 태연하게 클락에게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반겨줌. 클락은 알프레드를 보고 문득 과거의 알프레드가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주던 걸 떠올리고는 알프레드에게 혹시 옛날에 집에 이상한 일이 없었느냐고 슬쩍 물음. 알프레드는 모르겠다고 대답함. 하지만 늦은 아침식사로 나온 것이 알프레드가 냉장고에 채워두던 것들이었다는 후일담이 있음. 하 드디어 끝났다 속시원하다 어쩐지 중반부터는 투유랑 상관이 없어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