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데커
브레이브 폴리스의 유우타가 유학을 간 지 7년이 지났다. 브레이브 폴리스들은 데커드의 지휘 하에 출동하고, 사건을 해결했다. 그러나 7년 간의 과학 발전은 눈부시도록 빨랐다. 초 A.I 회로의 적용은 점점 늘어나서 그들과 같은 로봇들이 각 분야에 투입되었다. 유우타가 없어 합체할 수 없는 그들은 신형 로봇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사에지마 총감이 임시 보스를 임명하려 했으나, 그들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들이 인정하는 보스는 오직 토모나가 유우타 뿐이라는 이유였다. 그래서 브레이브 폴리스는 설 자리를 잃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과거의 로봇으로 취급했다.
데커룸에는 적막 만이 흘렀다. 순찰을 돌던 그들을 긴급 호출로 불러 모은 상태라 그들의 태도에는 의문과 약간의 짜증이 묻어나왔다. 그 적막 가운데서 데커드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총감님?"
데커드의 질문에 한참 대답이 없던 사에지마 총감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네."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실망한 대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총장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역시 저희들의 보스는......"
"데커드-!"
낯선,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데커룸으로 뛰어들어온 남자는 다짜고짜 데커드의 다리에 달라 붙었다. 토모나가 유우타. 브레이브 폴리스 보스의 귀환이었다.
데커룸에서 오래간만에 웃음 소리가 들렸다. 영국에서 돌아온 유우타와 브레이브 폴리스 대원들의 이야기는 길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예전처럼 돌아가는 거야?"
드릴보이가 들떠서 소리쳤다.
"아아, 그래 맞아. 보스, 이제 우리도 합체해서 싸울 수 있는거지? 그 신형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리자고!"
파워죠도 신이 나서 맞장구 쳤다. 모두들 유우타와 총감을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라는 유우타의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한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관해서....... 제안이 하나 있다네."
"싫어요, 싫다구요!"
"드릴보이!"
"크흠... 물론 결정은 자네들에게 달려 있지. 들어보겠나?"
데커드는 언젠가 ㅡ 초 A.I를 지닌 로봇은 브레이브 폴리스와 그 외 몇몇이 전부였던 때, 모두 함께 꾸었던 꿈을 생각했다. 그 때의 꿈은 이 시대를 보여준 것일까. 그 때의 유우타는 아직 어린 아이였는데.
데커드는 유우타를 바라 보았다. 유우타는 더 이상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키는 어느 새 훌쩍 커서 사에지마 총감과 비슷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앳된 얼굴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성숙해진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유우타가 데커드를 돌아보고 빙긋 웃었다.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자신있는 얼굴을 본 데커드는 마음을 굳혔다. 우리들의 보스는 유우타 뿐이다. 유우타의 결정은 곧 우리의 결정이었다.
"듣겠습니다."
대원들의 술렁임 가운데서 총감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오랜 시간을 브레이브 폴리스로서 지내왔다네. 그리고 지금... 신형 로봇들이 여기저기에 투입되고 있지. 솔직히 자네들은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브레이브 폴리스의 해산이라는.
총감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인데.. 자네들, 인간처럼 살아보지 않겠나?"
데커룸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Are you kidding?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건맥스였다.
"초 A.I는 인간의 감정과 비슷하지만... 저희가 로봇이라는 건 총감님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맥클레인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다른 대원들이 각자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들어봐!"
"사실 유우타 군은 영국에서 레지나 양과 함께 공부했다네. 이 몇 년간 초 A.I가 상용화 되어 각 국에서 로봇 개발에 힘을 쏟아부었네. 그건 영국도 마찬가지였네. 그래서 영국에 있던 기존의 브레이브 폴리스는 해산되었네. 그리고 레지나 양은 기존의 로봇 형태에서 벗어난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고 있었지. 그 때 유우타 군이 브레이브 폴리스와 안드로이드를 연결시키자고 제안했고, 받아들여졌지. 그리고 지난 5년 간 유우타 군과 레지나 양의 노력 끝에 프로토 타입의 안드로이드 9기가 얼마 전에 완성되었다네."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산다고?
'로봇 따위가', '그래봤자 로봇' 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했었다. 자신들이 인간의 모습이었다면 그런 말을 듣지 않았을거라고. 인간처럼 살고 싶었다. 기계 취급이 아닌,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었다.
하지만 브레이브 폴리스의 해산은 더 싫었다.
모두의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데커드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그야, 각자 지낼 곳을 알아봐줘야겠지. 숙소라던가..."
"아니, 브레이브 폴리스 말입니다."
데커드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유우타가 큰 소리로 웃었다.
"유우타?"
"하하... 데커드, 예전에도 말했었잖아? 브레이브 폴리스 해산같은 일은 절대 없다고!"
"아...."
"브레이브 폴리스는 그대로일거야, 데커드. 인간 모습인 채로...!"
브레이브 폴리스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자, 대원들이 제각각 떠들기 시작했다.
"뭐?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우와! 우리도 인간처럼 되는건가봐!" "...That's unbelievable." "그렇다면, 확실히 괜찮겠군요." "흐음... 인간 모습일 때도 변신은 가능하려나?" "저도 찬성입니다." "...좋습니다."
그 때의 꿈과는 다른 시대임이 분명했다. 데커드가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에지마 총감은 씩 웃고는 남은 설명을 해주었다.
"프로토 타입이라고 말했으니 눈치 챘겠지만, 사실 이것은 일종의 실험과 같다네. 인간 모습에 적응하고 인간들과 섞여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실험이지. 실험 대상이라고 하면 자네들 기분이 나쁘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최초의 브레이브 폴리스답게, 최초의 인간형 브레이브 폴리스 프로젝트도 성공할거라 믿네. 내일 당장.... 새 몸을 갖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총감과 유우타가 문 뒤로 사라졌다. 대원들은 이내 각자 자리에 앉아 나름대로의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인간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아, 이런! 중요한 말을 못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파워죠." "인간도 여러가지 모양이 있는데, 난 멋있는 인간이 좋다고. 지금 보스한테 가서 말하면 바꿔주려나?" "..Hey. 그건 힘들거 같은데? 네녀석은 애초에 멋있지 않았잖아?" "...뭐가 어째!"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대원들을 뒤로 하고, 데커드는 데커룸을 나왔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가끔 한밤 중에 유우타가 나올 때도 있었다. 데커드, 자? 라는 물음과 함께. 그 때도 유우타는 자신들을 인간과 같이 생각해 주었었다. 그렇다면, 유우타는 왜 자신들을 인간 모습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을까? 데커드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처럼 유우타가 데커드, 자? 라고 물어와 준다면 자신도 물어볼 수 있을텐데.
"데커드, 자?"
"유.. 유우타?"
"춥다... 문 열어줘, 데커드."
유우타는 데커드가 열어준 문 안으로 쑥 들어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이불을 두르는 걸 보니 밖은 꽤나 추운가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응? 괜찮아, 괜찮아."
훌쩍 커버렸지만 역시 유우타는 유우타라고 생각하고 있던 데커드에게, 문득 유우타가 말을 걸었다.
"데커드... 인간 모습이 되고 싶지 않은거야?"
"음?"
"오늘... 데커드는 왠지 싫어보였어."
"아, 아니. 싫은건 아니었다."
"그럼?"
"난 그저... 왜 유우타가 우리를 인간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했나 궁금한 거였다."
데커드는 유우타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우타?"
유우타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난... 나는 그냥...... 옛날에 난 항상 데커드한테 보호받기만 했잖아. 데커드가 다쳐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잖아. 그런데 나도 이제 컸으니까, 내가 데커드를 지켜주고 싶어서..."
"유우타....."
"데커드 볼 때마다 안아주고 싶었는데 지금 데커드는 너무 크잖아. 그래서 데커드도 사람들처럼 작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을 마친 유우타는 냉큼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고는 오늘 말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라고 소리치며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잘자, 데커드! 라는 말은 잊지 않고.
데커드는 편해진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오늘은 패트롤카 데커드로서의 마지막 날이었다.